소식 없이 불쑥 찾아온 너를 맨발로 맞았다. 마주보기를 한참. 비로소 네가 누구인지 알겠다.

by 빈집
적막한, 너무나 적막한.

-시월의 마지막 밤인데, 별 일 없으면 술이나 할까?

-왜요?

-가을이 가잖아.


하하, 웃으며 그 길로 당신을 따라 한 잔 술, 기울이러 갔었다.

여섯 해 전의 일이다. 

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달력을 봤더니

11월 하고도, 1일이라는 빨간색 숫자.

며칠 전까지만 해도 D-2, D-1이라는 문자를 교환하며

당신과 그 때 일을 추억하며 키득거렸는데

핸드폰 달력을 보며 어어? 싶었다.

당연히 지나간 10월의 마지막 밤과

당연히 시작된 11월의 첫 밤.

조촐한 기념은커녕

지나고 나서야 어어? 라니.

어떤 대상에겐지 모를 미안함에 당혹스럽다.

당혹스러운 김에

생전 안하던 짓을 했다.

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,

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다.

-여기? 서울인데? 왜?

그도 당혹스러웠을까.

주위를 둘러싼 시끄러운 소리를 전부 이겨보겠다는 듯

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.

 

고등학교 때 이어폰을 꽂은 채

버스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등굣길,

내릴 때가 되었다며 내 어깨를 툭툭 친 친구에게

이어폰을 통해 귀 안으로 퍼지던

노래 소리를 이겨보려는 듯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.

-뭐라고?!

 

당연한 순서이듯

버스 안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.

왜 사람은 자신이 시끄러운 상황에 있으면

상대방도 그럴 것이라 여기게 되는 걸까.

 

점점 올라가는 그의 목소리에 맞춰 내 목소리도 올라간다.

-문 가운데만 잠가 놓을게. 조심해서 들어와.

전화를 끊고 아무도 없는 방을 둘러보며

내 목소리가 높아질 이유가 없었다는 사실에

잠시 머쓱해진다.

그 순간, 시끄러운 소음보다 더 이기기 힘든

적막함이 한꺼번에 몰려온다.

물론, 나를 쳐다보는 버스 안의 사람들 따위는 없다.

너무나 적막하게  11월이 시작되고 있다.


 

by 빈집 | 2008/11/01 10:34 | 단상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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